Whanki in New York



전시 기간: 2024년 5월 2일 - 6월 13일

  • 개막식: 5월 2일 목요일, 6 - 8 PM 

  • 화 - 금: 10 AM - 6 PM / 토: 11 AM - 5 PM

  • 일 - 월: 휴무

장소: 뉴욕한국문화원 신청사 안마당 & 갤러리

  • 1-2층, 122 East 32nd Street, New York, NY, 10016


올해, 2024년은 수화(Su-Wha/樹話) 김환기(1913-1974)가 1974년 7월 뉴욕에서 생을 마감한지 50주년이 되는 해이다. 뉴욕한국문화원이 신청사 개관기념으로 김환기의 뉴욕시대 대표작품들과 그가 뉴욕에서 쓴 일기를 공개하는 특별전시 <Whanki in New York>을 선보이는 데에는 이 같은 김환기와 뉴욕의 각별한 인연에 연유한다.

이번 전시는 명실공히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인 김환기를 50년만에, 그것도 그의 마지막 흔적과 예술혼이 살아 있는 뉴욕에서 다시 만나는 아주 특별한 시간이 될 것이다.


통상적으로 김환기의 삶과 예술세계는 그가 머물렀던 장소를 기준으로 나누곤 한다. 1930년대 일본에서 유학하던 도쿄시대(1933-1937), 귀국 후 신사실파에 참여하며 한국 화단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서울시대(1937-1956),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했던 파리시대(1956-1959),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늘날 김환기 추상미술을 대표하는 전면점화가 탄생한 뉴욕시대(1963-1974)까지. 

1963년 제 7회 상파울루 비엔날레에 한국대표로 참석해 명예상을 수상한 김환기는 한국 화단의 화려한 지위와 명예를 모두 뒤로하고 그의 나이 50세가 되는 해 뉴욕에 정착했다. 그가 남긴 일기와 아내에게 쓴 편지는 당시 그가 어떤 마음가짐과 자세로 뉴욕에서의 삶을 시작했는지, 오직 예술 그 자체에만 몰두하며 정점에서 꽃 피운 뉴욕시대의 참 모습은 어떠했는지, 건강 악화로 노쇄해지는 몸과 마음을 붙잡고 예술가는 마지막 순간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 이해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해 준다.

“역시 붓을 써야겠어. 칼로 완성했던 것 다시 붓으로 고쳐요. 동양 사람의 체질은 역시 모필이 맞고 거기서 미묘감이 오는 것 같아. 어제는 어쩐지 뒤숭숭해서 거리에 나갔지. 우연히 Raymond  라는 화가를 만났어. 내 스케치북을 보였더니 경이적인 태도였어. 너무 동양적인가? 물었더니 그렇지 않대. 대단히 오리지널 하대. 쪼끄만 작품이 우주감을 준대. 묘한 색깔이래. 가다가 진지하게 내 그림을 보아 주는 사람을 만나면 무조건 기쁘고 용기가 나요. 나 우선은 다작보다는 알뜰한 그림을 만들래. 금년은 4, 5폭에다 정열을 쏟을래(1963년 12월 11일 일기 중에서)”

한국에서 서울대, 홍익대 미대 교수, 한국에서 제일 규모가 큰 전람회의 심사위원을 역임한 바 있었던 사람이 쓴 글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기존의 권위와 답습에서 완전히 벗어나 뉴욕에서는 오직 ‘예술’에만 몰두해 나만의 작품세계를 찾아 나가리라는 의지가 엿보이는 글이다.

Untitled (1964)

29-I-68 IIII (1968)

Untitled (1970s)

©Whanki Foundation·Whanki Museum


이번 전시는 이처럼 뉴욕시대 김환기의 삶과 예술세계에 보다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그의 일기, 사진, 편지글 등을 비롯하여 약 10여년간의 뉴욕시대, 그중에서도 특히 종이 작품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이 작품들은 서울의 환기미술관에서 직접 선정한 그의 대표작품들로 구성돼 있다. 

김환기의 뉴욕시대에 종이와 관련된 작품군은 크게 신문지에 유채, 종이에 유채, 종이 콜라주, 파피에 마세, 오브제로 분류할 수 있다. 뉴욕 시대를 시작하는 1960년대 초에는 종이에 과슈물감을 사용하여 주로 산월을 주제로 그렸지만 1960년대 말에는 유화물감을 사용하여 뉴욕 타임즈 신문지 위에, 고국에서 가져간 한지 위에 점을 찍기 시작하였다. 1968년경에는 유화 물감과 다양한 종이를 이용하여 콜라주와 오브제 작업을 하며 평면 위에 입체를 실험하였다. 다양한 종이는 매체적 실험을 해볼 수 있는 바탕재가 되었고 물감층의 채움과 비움 사이에는 점화를 완성하기까지의 노력과 땀이 배어있다.


봄내 신문지에 그리던 일 중에서 나는 나를 발견하다.

내 재산은 오직 ‘자신自信’ 뿐이었으나 갈수록 막막한 고생이었다.

이제 이 자신이 똑바로 섰다.

한눈팔지 말고 나는 내 일을 밀고 나가자. 그 길밖에 없다.

이 순간부터 막막한 생각이 무너지고 진실로 희망으로 가득 차다.

1967년 10월 13일 김환기의 일기 중에서


 

김환기의 원작 “14-III-72 #223 (1972)”를 LG OLED 통해 재해석한 디지털 작품(Verseday, 2023)
(C) Whanki Foundation. Whanki Museum

 

이번 전시가 더욱 특별한 이유는 환기미술관에서 대여한 작품 이외에도 김환기 부부와 직간접적으로 인연이 있는 뉴욕의 지인들 개인 소장품이 처음으로 대중들에게 공개된다는 점이다. 그밖에도 LG전자가 김환기의 작품 세계를 새로운 방식으로 구현한 5점의 디지털 라이징 작품이 소개된다. 김환기의 레가시를 이어나가기 위한 후배 미디어 아티스트들이 LG 올레드를 캔버스로 활용하여 작업한 미디어 작품들은 1970년대 전면점화 대작이 포함되어 있어 김환기를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보고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한다. 


<Whanki in New York> 특별전은 뉴욕한국문화원과 환기미술관의 협력으로 개최,
LG 전자가 헤드라인 파트너로 참여하고 Dashing Diva가 공식 후원함


Bora Yoon